프로이트의 의자를 읽고, 그저 1차적으로 텍스트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꾸 나를 보려고 노력했다. 지난주에 정리한 글 "자유연상"은 나를 떠올리는 부분에 가까웠다면 ( 링크 : https://booklikedream.tistory.com/1261 ) 내용을 보면서 하나하나 나를 본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떠올려본다. 내 앞에 마치 3가지 거울이 있고, 과거와 현재의 상황과 연결고리를 떠올리면서 나의 미래가 마치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걸 정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나를 분석하다'이다.
책에는 많은 부분 내가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이 하나 있다면 우울이였다. 잃어버린 편지가 되돌아오다라는 그 표현이 어떤 마음인지 깊게 마음에 다가왔다. 지금은 스스로 많이 극복한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전에 나는 온라인 상에서 '울증이a'라는 닉네임을 사용할 정도로 크게 우울한 감정에 지배당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스스로 우울해(海)에 빠졌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빠져나가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면 늪지대처럼 더 깊게 빠져드는 것 같아서 오히려 아무 힘도 주지 않고 그저 우울한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할 정도였다.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완전히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손끝도 까닥하기 싫습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인생이 가치가 업습니다. 매일 사는 것이 고통입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습니다. 화가 납니다" |
책에서 표현한 우울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정말 와닿았다. 우울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힌 건 내가 자각하는 시점부터 떠올리면 7살부터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였다.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나는 더 많이 힘들었다. 당시 나는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늪에 빠진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고 이를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조차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다라고 정의하곤 했다.
[과거의 나]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혀 살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우울증은 1년에 한번 크게 다가오곤 했다. 하지만 내가 전혀 자각할 수 없게 이 기간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다. 분기에 한번으로 줄고, 한달에 한번으로 줄고, 2주에 한번으로 줄고, 결국 1주에 한번이던게 하루에 한번정도로 다가오니 나 스스로도 심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자각하고도 쉽지 않았다. 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밝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나에게는 '우울한 감정'이 어울리지도 않아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쉽게 내가 이겨낼거라고 생각했고 스스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다. 결국 난 내가 문제인가보다라는 상황까지 가야했다. 나중엔 태어난 것마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지 못했고, 나는 이를 이겨낼 능력도 없었다. 딱히 눈에 띄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있으면 즐거워하면서도 속으로는 '쟤도 속으로는 나를 싫어하면 어떻하지?'라고 매분 매초가 아슬아슬 감정의 줄타기를 했다. 그러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던 게 12살이였고, 그마저도 스스로 '내가 죽었을 때 내 장례식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의 눈물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실패했다. 이후 우울이 극에 다르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망가졌을 때 나는 하루 눈을 떠서 잠이 들때까지 1분 1초 어떤 상황에서든 죽음을 떠올리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예를 들어, 통유리인 카페에 앉아있으면 차가 와서 칠 것 같았고, 신호등을 건너면서도 신호를 어긴 차에 치일 것 같았고, 엘레베이터를 타면 바닥이 빠지거나 추락할 것 같았다. (당시 나는 그래서 엘레베이터를 타면 항상 손잡이를 잡으려고 했다) 편의점에서 물하나를 사면서도 이 안에 무엇인가 들어서 먹고 죽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이걸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래서 어떤 목표를 세워도 잘 이루지 못했다. 무언가를 해내도 칭찬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에게 주어지는 부정적인 말을 다 사실같았고, 긍정적인 말은 조롱같았다. (좋은 말을 들어도 가짜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나는 내가 미웠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사람들과 대인관계가 생길때마다 사람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망가져갔다. 아무도 믿지 못했고, 스스로도 믿지 않았다. 삶이 바뀌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삶이였다.
[생각전환, 과정속의 나]
20살, 이렇게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아 온 내가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지금도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는 13년지기 친구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느끼게 가르쳐준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두 사람을 20살에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만난 건 나로썬 인생에서 주어진 가장 큰 기회였고 행운이였다. 선생님은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영양가 없는, 부정적이고 왜곡되고 과장된 생각'들을 깰 만큼 좋은 내용들로 가르침을 주셨고, 친구는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대인관계와 세상의 법칙들이 사실은 굉장히 협소하고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이유없이 사랑해줌으로 느끼게 해줬다. 이 시간은 '보이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나'를 동시에 같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시간이였다. 그로인해 처음으로 나는 삶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졌던 과거의 모든 시간들이 다 의미없거나 가치없거나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님을 생각할 수 있는 틈을 만났다. 나의 생각을 고친다는 건 물론 엄청나게 쉬운 일은 아니였다. 20년을 지배해온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였으니까. 그래서 나쁜생각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책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나는 오히려 우울 속에 들어가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런 감정에 빠지게 되었는지 '시작점'을 찾아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했다. 실마리를 찾으면 빠져나오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 다음에 그 감정이 반복될 때에도 쉽게 이길 수 있었다.
[현재의 나]
물론 나는 아직도 100% 모든 것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실과 생각과 감정을 구분하는 훈련을 통해서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자각하고 있고, 노력하면 바꾸어 나갈 수 있음을 안다. 내가 어떤 일에 실패하거나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직도 우울한 감정과 나는 가치있으면 안된다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은근하게 숨겨진 자살 행위를 아직도 이어갈 때가 많다. 하면 안되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무의식적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해야 실패하는 나를 숨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보다라는 걸 1-2년전부터 깨닫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기위해서 스스로 기록하고, 또 생각한다. 1년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복기하는 것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나를 믿고 신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SNS를 통해서 내가 어떻게 이 일들을 했고 어떤 감정으로 하는지를 반복하여 기록하고 남긴다. 내가 나와 소통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나아가기 위해서이다. 아직 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중이다. 앞으로 더 노력하며 나아갈 것이다.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우울함이 쉬워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흔하며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있다.
"꾸준히 기록하고, 꾸준히 나를 봐야한다", "나를 알아야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다" 등 스스로 기록과 복기의 중요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속해서 이야기한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기를 기다리지말고, 내가 나를 먼저 알아보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되어야 그 우울함이 더이상 적이나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나의 삶의 조각임을 그리고 그런 우울한 감정도 잘 사용하면 삶의 또 다른 기회가 됨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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