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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부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거니 말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2018년 9월 22일 경향신문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되물어라 중
보기만해도 위트있는 이 내용은 2년 전 추석을 앞두고 카카오톡 단톡방들을 통해서 빠르게 퍼져나간 기사의 일부다. 추석에 모여앉은 가족들사이에서 오가는 불편함을 본질을 추구하는 질문으로 많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하고, 환호하게 만든 내용.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칼럼이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했던 그가 이번엔 '공부란 무엇인가'로 찾아왔다. 책 표지를 보자마자 추석이란 무엇인가가 떠오른 거 보면 출판사에서는 이걸 노렸구나 싶다. 부제에 있는 리드미컬한 조언이라는 표현은 김영민 교수의 문체와 정말 찰떡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느껴진다. 문장인데 음이 있다. 문장에서 위트가 절로 느껴지기도 참 쉽지 않은데 말이다.
책의 목차만 보아도 조금은 머리가 아플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부의 길, 공부하는 삶, 공부의 기초, 공부의 심화, 공부에 대한 대화 라는 다섯개의 파트는 꽤나 마음이 가 닿는다. 입시에 열정적이고 교육열이 높으면서도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비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냈다. 나 역시 입시환경을 지나 사회인이 되었고 꽤 오랫동안 그 경쟁에 대해서 의문보다는 따라감으로 방관하고 좌절했던 사람이기에 공감이 많이 들었다.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노력보다는 삶을 그저 살아내기 위한 노력에 익숙해져버린 지금 우리의 삶에 대해서 공부란 무엇인가로 생각하게 만든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을 우리는 입시라는 경쟁구도에서 보낸다. 남는 것은 스펙이요, 남지않는 것은 실력인데도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공부가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어주진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더 나은 것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나아가 보다 나은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할 것이라 말한다. 읽다보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반성이 들었다. 같은 단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뜻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과 다른 단어라고 해서 반드시 다른 뜻을 담고 있지 않는 점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던 걸까라고 말이다. 책을 읽으며 평상시 줄을 잘 치지 않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몇 번의 줄을 치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책을 읽는 것이란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그만큼 좋았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가면서 본 시간도 좋았고, 저자가 던지는 철학적인 물음들도 마음에 와닿았다. 그동안 내가 한 공부는 무엇인지 내가 어떤 시선과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대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부끄러움도 많았다. 그동안의 부족함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우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이를 다 지키며 살 수 있을까 싶어서 이기도 할거다. 하나 공부가 주는 유익만큼은 제대로 와닿게 참 잘 표현해둔 내용이 많다. 변화란 좀 힘들다 싶을 정도로 매진할 때에 생긴다고 했으니, 이 지끈거림은 새로운 인식을 도울 수 있는 지적변화의 시간의 증거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 그동안 쓰던 글과는 다른 형태를 취했습니다.
이 책의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꼭지를 보고 앞으로의 서평을 더 고민하면서 써야겠다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다른 형태를 가져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글
** 김영민 교수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칼럼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921192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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