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소년이 온다│기억해야할 역사속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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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소년이 온다│기억해야할 역사속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다

by 다재다능르코 2016.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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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 한장 넘기면 먹먹하지만, 반드시 한번은 알아야할 이야기를 담담히 그리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의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
사실 상을 받았다고 하는 한강작가의 이전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채식주의자라는 책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다른 책들도 알려지면서 알게된 소년이 온다. 처음에 어떤 내용인지 모른채 안개꽃이 가득 그려진 표지를 보니 무언가 슬픔과 그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것 같았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그녀가 쓰고 싶어했을까? 책을 펴자마자 그녀의 문체는 정말 담담하면서도 이미지가 그려지도록 하나하나 시작했다. '너'라는 사람을 관찰하는 시점에서 시작하는 책이라서 조금더 생각하게 했고, 궁금하게 했다. 그 모든 마음을 간직한채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소설이지만, 사실이였던 그날의 슬픔과 아픔과 참담함
잔인했고 슬펐고 힘들었을 그 모습들을 자세하고 놀랍도록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담담하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을 많은 사람들의 모습들이 묘하게 교차하는 모습들이 새삼 더욱 더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고 내용들을 교과서에서나 들었던 내용이다. 누가 맞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저 과잉진압과 잔인성이 많았다고만 들었지. 이 안에 이런 아픔과 슬픔과 먹먹함이 담겨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당시 엄청난 일임에도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정말 한마음이였고, 의식들이 달랐구나 - 언젠가 동영상을 통해서 그 당시의 역사 기록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의식수준이 높은 일이였음을 보았다. 어느 곳도 약탈당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서로를 도왔고, 일손이 부족한 곳에는 어느 누구든 자청하며 있었다. 누군가가 시키지 않았으며,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이 왜 일어난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기에 더욱 누군가가 도우러오겠지라는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돌아다녀야했다. '죽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당연시 들 정도로 참담했기에. 하나하나 읽어갈 수록 대체 이건 어떤 마음이였을까 싶었다. 꼭 알아야하는 것이지만, 이 모든 묘사를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너무 타인이다라는 생각에 책을 읽다가도 먹먹함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어제를 함께하던 이들을 찾는 또 다른이들, 그리고 그들을 마주하던 또 다른 이들
시외전화는 끊어진 채, 광주의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군인들의 눈을 피해 또 가족을 찾으러 숨어숨어 광주로 들어오고, 그들에게 가족을 확인시켜줘야했던 또 다른 이들은 그 가족들의 눈과 누워있는 이들의 모습을 마주해야만 했던 시간들. 어떻게 이것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세계사 속에서 참혹하게 다른 나라의 혹은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고, 처참한 생활을 했던 것들을 보면서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있지만, 나는 그날의 광주를 떠올려보진 못했던 것 같다. 아직도 광주에서는 5.18때가 오면 초등학교 급식에 '주먹밥'이 나오고 그 어린아이들도 그날을 기억한다던데, 나는 문득 슬픔과 아픔이 동시에 공존하는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날의 그들의 기억이 나를 아프게했다. 소설속 인물이였지만 혹은 누군가였을 그날의 그들, 소설은 허구라고 하는데 - 이 소설은 자꾸 심장을 찌르고, 옆구리를 찌른다. '왜 몰랐어, 왜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어. 왜 한번도 광주를 보지 않았어'라고 - 나는 태어나지 않았어라는 변명도 아플수 있음을 이제 알게되었다.

'너'는 나와 함께있었는데, 이제는 그럴수 없었다
'너'가 과연 누구였을까 싶었다. 그러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더 슬펐다. 그리고 각 장마다 다른이가 되어버려 갑자기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말을 내뱉을 때마다 내 주변 누군가를 더욱 떠올리게 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더욱 나와 가깝게 피부로 와닿는 것 같았다. 일상이였던 일이 갑자기 죄가 되어야했던 그 순간들을 겪은 이들의 아픔이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다음장에는 또 어떤 말이, 또 어떤 일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아도 책을 넘겨야했다. 그게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게 내가 '너'를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금새 읽힌다라고 하기에 책은 무겁다. 책이 참 무겁다. 하지만 나는 그 무거운 책을 이 글을 읽는 또다른 내가 될 '나'에게 권한다. 한장 더 넘겨서 글자 하나하나를 꼭 '너'에게 읽듯 읽어주기를. 그렇게라도 '너'와 함께해주길 바래본다. 오늘따라 '광주'라는 도시가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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